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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수목장...

大坤 2009. 9. 28. 03:41

 

 

기고/ “사찰 수목장림, 종단이 전형 세워야”

 
 
박문현 / 부산장묘문화개선협의회 자문위원·동의대 철학과 교수
 
 
 
지금 또 한분의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세상을 숙연하게 하고 있다. 인간에게 있어 죽음은 일상적인 일이다. 죽음에 따른 주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주거의 선택 못지 않게 심각한 현실적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화장률은 매장률을 넘어서 60%에 가깝다. 전국에서 화장률이 가장 높은 부산시는 무려 80%에 달한다. 화장을 장려하던 지도자들 자신은 정작 화장을 원하지 않던 모순을 깨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화장된 것은 이례적이다.
 
‘자연장 법’ 관심 급증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골은 고향 마을의 한 사찰에 임시 안치되었다가 백자합에 담겨 땅에 묻혔다. 이것은 납골묘의 장법이다. 그동안 화장률의 증가에 따라 납골당 및 납골묘에 유골을 봉안하는 장법이 유행하고 있으나 지난해 5월 수목장을 비롯한 자연장에 관한 법이 발효된 후 수목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정부는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개발제한구역관리법을 개정하여 개발제한구역 내 전통사찰의 증축규제가 완화되고 불법으로 간주되던 수목장과 납골당 등의 봉안시설이 합법화되었다. 이에 수목장림 조성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는 사찰이 적지 않다. 인간의 통과의례인 상례와 장례를 불교가 앞장서 주관하는 것은 당연하다, 수목장림 조성이 친환경적인 장법으로 불교의 사찰에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를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인공시설물의 비율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상적인 숲가꾸기 활동이 이루어지는 자연상태의 산림에서 행해지는 수목장은 자연성의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가로 10센티, 세로 5센티 정도의 표지만 추모목에 매다는 것 외에 어떤 장식도 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사찰이 영리적인 장묘업자로 인식되지 않도록 공공성과 복리성을 유지해야 한다. 추모목 구입비와 관리비를 적정하게 책정하여 그 사찰이 영리적 목적으로 수목장림을 운영한다는 인식을 주지 않아야 한다.
 
셋째, 다양한 수목장법을 개발해야 한다. 한 그루의 나무에 1구의 유골만을 매장하는 형식만 고집한다면 멀지 않아 그 사찰은 온통 추모목으로 둘러싸일 것이다. 그러므로 가족합장용 추모목도 있어야 할 것이며 집단산골을 필요로 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수십, 또는 수백 구를 안치할 수 있는 공동추모공간도 마련해야 한다. 그 밖에도 유골을 묻고 그 위에 나무를 심는 화단형, 정원형 등을 개발해야 한다.
 
불교 정신 부합하는 장례법 시급
 
마지막으로 종단 차원에서 사찰형 수목장림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산림청에서는 양평에 처음으로 국립수목장림인 ‘하늘숲추모원’을 개원하여 수목장의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불교계에서도 종단이 주관하여 종립 수목장림을 마련하든가, 시범추모원을 지정하여 불교적 수목장림의 전형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할 점이 있다. 장례법의 선택은 개인의 철학적 판단에 기초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매장법이나 수목장 외의 다른 자연장법도 부정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이미 많은 사찰에서 운영하고 있는 납골묘원도 문제점을 개선하여 불교 본래의 정신에 부합되는 장법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불교신문 2553호/ 8월29일자]
2009-08-26 오후 2:46:11 / 송고